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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자율주행 춘추전국시대

2025년이 로보택시가 실도로로 확장된 해였다면, 2026년 현재 자동차 혁신의 중심축은 단연 물류 자율주행이다. 복잡한 도심 환경과 수익성 한계로 로보택시가 실용화 단계에서 주춤하는 사이, 물류 자율주행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해진 간선 노선을 반복 운행하는 특성 덕분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도화의 혜택을 가장 빠르게 현실화하는 중이다. 극심한 운전사 부족을 해소하고 24시간 가동으로 물류 시간을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글로벌 자본과 기술이 물류로 몰리고 ...

ISSUE · 모빌리티

2025년이 로보택시가 실도로로 확장된 해였다면, 2026년 현재 자동차 혁신의 중심축은 단연 물류 자율주행이다. 복잡한 도심 환경과 수익성 한계로 로보택시가 실용화 단계에서 주춤하는 사이, 물류 자율주행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해진 간선 노선을 반복 운행하는 특성 덕분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도화의 혜택을 가장 빠르게 현실화하는 중이다. 극심한 운전사 부족을 해소하고 24시간 가동으로 물류 시간을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글로벌 자본과 기술이 물류로 몰리고 있다.

오랜 기간 대형 트럭 시장을 지배해 온 레거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십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Volvo Group의 자율주행 전용 자회사인 V.A.S.는 처음부터 자율주행 전용으로 설계된 대형 세미트럭 Volvo VNL Autonomous를 선보였다. 미국의 International Motors 역시 공장 출고 단계부터 자율주행 센서와 최신 파워트레인을 통합한 2세대 자율주행 트랙터를 실전에 투입했다. 이들은 제조 노하우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시장의 신뢰를 선점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견고한 성벽에 맞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신흥 강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스웨덴의 물류 스타트업 Einride는 운전석이 아예 없는 레벨 4 완전 무인 전기 트럭을 선보였다. 외부 원격 관제사가 차량을 모니터링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비용 구조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중국의 Dongfeng도 승용 부문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도심 물류와 라스트 마일 배송을 겨냥한 자율주행 브랜드 Open VAN을 론칭했다. 소형부터 중형까지 커버하는 라인업 덕분에 초기 출시부터 4,000대 이상 주문으로 흥행 중이라고 한다.

이제 자율주행 물류는 단순한 기술 실증의 단계를 넘어섰다. 화주로부터 직접 돈을 받으며 매일 상업 운송 실적을 기록하는 진짜 비즈니스는 이미 시작됐다. Kodiak AI는 북미 화물 운송의 대동맥인 70번 주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완수했고, 미 군사 물류 프로젝트까지 수주하며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인 DSV와 Ryder System도 자율주행 노선을 기존 유통 흐름에 통합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실제로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확산되고 있는 물류 자율주행 프로젝트들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시험 주행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고성능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다. Volvo의 100만 마일 데이터나 Dongfeng 파트너 Zelos의 1억 km 데이터는 모두 머신러닝의 핵심 자산이다. Kodiak AI와 International Motors 는 NVIDIA의 차세대 고성능 칩셋을 전면 도입해 차량 내에서 실시간으로 돌발 상황에 대흥하는 로직을 키워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피지컬 AI의 발전이 대형 트럭들의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정해진 코스를 반복 주행하다보면 주행 안정성도 로보택시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똑똑해진 머리를 보좌할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레벨 4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수많은 센서와 고성능 컴퓨터가 가동되어야 하며, 이는 막대한 전력 소모를 야기한다. 기존 내연기관 트럭의 발전기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고전압 대용량 배터리를 갖춘 전기 트럭이나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필요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대형 트럭들의 전동화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복잡한 도심보다는 장거리 운행이 주를 이루고, 출발지와 경유지 그리고 목적지가 명확하다보니 수소 충전소나 배터리 교환소 같은 인프라 구축에도 유리하다.

이러한 기업들의 질주에 발맞춰 글로벌 정부들의 전폭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책도 쏟아 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의 18개국 교통부 장관들은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대규모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공동 선언에 서명하며 국경 간 제한을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역시 고단계 자율주행을 15차 5개년 규획의 핵심 과제로 삼고 레벨 3/4 기술에 대한 승인 및 인프라 연계를 가속하고 있다. 전동화에는 배타적인 미국 정부도 무인 자율주행 기술에는 우호적이어서 특정 구간의 시험 주행을 인허가 해주고 기존 구식 안전 표준의 완화를 검토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물류 차량 개조 사업으로 연료비 절감 효과를 증명해 온 마스오토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 물류 시장에 진출해 소프트웨어 역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얼마 전에는 라이드플럭스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대형 카고트럭의 유상 화물 운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서울과 진천을 잇는 112km 고속도로 구간을 야간에 운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 자율주행 물류의 상업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지만 아직은 시범 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수소전기트럭을 기반으로 레벨 4 상용차 아키텍처를 고도화 중이지만 아직 실용화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자율 주행의 이점을 살리기에는 400여 km면 어디든 가는 좁은 국토에서는 기술의 이점을 살리기도, 기술 발전에 필요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에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대중이 기다리던 로보택시가 더 그럴싸해 보이지만, 화물을 나르는 물류 자율주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는 단순한 운송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제조, 에너지, ICT가 융합된 국가적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기술을 주도하는 선진국으로서 물류 자율주행 춘추전국시대에 맞는 인프라와 제도가 정비되어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그 기술로 이익이 확실한 분야에서부터 꽃을 피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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